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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주파 노이즈를 세척하다, 바쿤 FIL-3102
작성자 고전사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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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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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고주파 노이즈를 세척하다, 바쿤 FIL-3102



지난달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 수입사 대표가 '2호기'라며 조그만 물건을 하나 건넸다. 집에서 들어보고 솔직한 평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정식 모델명이 아니라 일종의 암호처럼 '2호기'라고 말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호기'를 필자가 햇수로 5년째 집에서 써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바쿤의 고주파 필터 FIL-3102 이야기다.

FIL-3102. 마이텍 Manhattan II DAC 헤드폰 잭에 연결해 헤드폰(Audeze LCD-2 Classic)을 들어봤다

'1호기'인 FIL-3101은 현재 필자의 마이텍 Manhattan II DAC과 쉬트오디오의 Vidar 파워앰프 사이에 투입해놓고 있다. FIL-3101은 말 그대로 앞단인 맨하탄 II DAC 전원부나 디지털 클럭, 주변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솜 sMS-200 Ultra), 룬 코어로 쓰고 있는 맥북, 손에서 떠날 날이 없는 스마트폰 등에서 마구잡이로 발산하는 고주파 노이즈를 차단하는 액세서리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주파 노이즈가 유도성 노이즈이기 때문에 주로 케이블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FIL-3102 외관

위가 FIL-3101, 아래가 FIL-3102

남들은 그냥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FIL-3102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FIL-3101에 비해 덩치도 커지고 디자인도 달라졌다. 좀 더 상품성이 늘어났다고나 할까. 또한 필자가 쓰고 있는 FIL-3101 모델은 왼쪽 채널(Lch), 오른쪽 채널(Rch) 출력 케이블이 붙박이였는데 비해, 새로 나온 FIL-3102는 입력과 출력 모두 RCA 단자만 마련해놓고 있다. 양날의 검일 수도 있지만 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필자가 쓰고 있는 FIL-3101은 출력측에 케이블이 붙박이로 달려있다

상판에는 큼지막하게 화살표가 붙어있다. 왼쪽이 출력(Output)이고 오른쪽이 입력(Input)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FIL-3101, FIL-3102 모두 방향성이 있어 제대로 케이블을 꽂아야 한다. 입출력을 반대로 할 경우 필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맨하탄 II DAC에서 온 블랙캣 인터케이블은 FIL-3102의 입력단자에, 비다르 파워앰프에 들어가는 체르노프 인터케이블은 FIL-3102 출력단자에 꽂았다.

한편 상판에는 친절하게도 입력 임피던스와 출력 임피던스 수치가 씌어있다. 모두 750옴이다. 바쿤 프로덕츠에 따르면 신호를 받는 쪽(필자의 경우 파워앰프)의 입력 임피던스는 10k옴 이상이면 충분하고, 신호를 주는 쪽(필자의 경우 DAC)의 출력 임피던스는 일부 진공관 프리앰프처럼 아주 높지만 않으면 된다. 따라서 진공관 프리앰프가 750옴 부하를 드라이빙할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출력시 -6dB 감쇄된다는 표시다. 즉 전압과 음량이 반으로 준다는 것이다. 이는 FIL-3101도 마찬가지인데, 처음 '1호기' 구매를 앞두고 고민했던 것이 음량이 생각 이상으로 줄어드는 문제였다. 더욱이 그 때는 고주파 노이즈의 폐해보다는 알기 쉬운 음량 감소가 더 피부에 다가왔던 만큼 고민은 심각했다. 결국 평소보다 볼륨을 높여 듣기로 하고 구매를 하긴 했지만 당시 들었다 놨다를 진짜 여러번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음량 감소는 큰 문제가 아니다. 볼륨을 높여 적정 음량을 확보했을 경우 노이즈가 함께 늘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신호대잡음비(SNR)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적정 볼륨을 찾기도 전에 볼륨 노브를 0에서 1로 살짝 높이기만 해도 빵빵 터지는 일부 프리앰프들이 더 큰 문제다. 쓸데없는 파워 맹신주의의 결과다.

FIL-3102. 3.5mm 스테레오 잭에 어댑터를 이용해 헤드폰 케이블의 6.3mm 플러그를 연결했다

어쨌든 FIL-3102를 살펴보는데, 양 옆에 3.5mm AUX 단자가 있다. FIL-3101에는 없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상판에 'Stereo Phone Input / Output'이라고 씌어있다. 순간, 무릎을 치며 쾌재를 불렀다. 옥스 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고주파 노이즈도 이제 깨끗이 세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필자의 헤드폰(Audeze LCD-2 Classic)과 구글 크롬캐스트(Chromecast)가 머리를 스쳐갔다. 역시 바쿤은 예전에 쓰던 Kumamoto 앰프가 그랬던 것처럼 옥스 입력단자가 왜 필요한지 잘 아는 제작사다.

FIL-3102 설계 디자인

FIL-3102는 기본적으로 LC(인덕터-커패시터) 조합으로 특정 대역 이하만을 통과시키는 로우패스 필터(LPF)다. 바쿤에 따르면 5차 LC 필터를 구성해 50kHz 이상의 고주파 노이즈를 가파르게 -90dB까지 차단한다. 데시벨로 표기되어 잘 감이 안오지만 50kHz 이상의 고주파 노이즈는 0.0000316%만 통과시킨다는 얘기다. 필터의 차수(order)가 높아질수록 컷오프 주파수 이후의 감쇄 그래프가 가파르게 꺽이게 된다.

LC 필터 다이어그램. L = 인덕터, C = 커패시터, R = 레지스터

LC 필터는 잘 아시는 대로 인덕터(코일)의 고주파수 차단 성질을 적극 활용한다. 주파수가 낮으면 거의 프리패스시키는 인덕터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커패시터(콘덴서)는 그라운드에 연결되는데 이는 커패시터가 통과시킨 고주파수를 그라운드에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바쿤에서 '2호기' 기판의 그라운드 임피던스(ground impedance)를 크게 낮춰 고주파 노이즈가 보다 잘 빨려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인터넷에는 고주파 컷오프 주파수에 따라 LC 필터의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 값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자동으로 알려주는 계산기가 많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1호기' FIL-3101 시제품 때의 내부 모습

위 사진은 예전 바쿤이 공개한 '1호기' 시제품의 내부 사진이다. LC 필터 다이어그램에서 본 그대로 인덕터(검은색 원기둥)와 커패시터(파란색 사각기둥) 조합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커패시터는 한쪽 핀이 기기 섀시에 접지된 것도 확인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언급된 고주파 노이즈는 전자파 노이즈(EMI, RFI)에 다름이 아니다. FIL-3102를 RF(Radio Frequency) 필터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인데, 전자파 노이즈(EMI)가 통상 10kHz 이상 주파수 대역에서 나타날 때를 RFI(Radio Frequency Interfence)라고 부른다.

전자파 노이즈가 오디오에 치명적인 것은 오디오가 워낙 사람 귀에 민감한 주파수 대역을 다루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클럭과 IC 등이 발생시키는 내로우 밴드(Narrow Band) 전자파 노이즈는 음악신호 곳곳에 송곳이 피크처럼 등장하고, SMPS 전원부, 와이파이, LED 등이 발생시키는 브로드 밴드(Broad Band) 전자파 노이즈는 오디오 주파수 대역에 골고루 스며든다는 점에서 모두 문제가 된다.


FIL-3101(왼쪽)과 FIL-3102(오른쪽)의 주파수 특성

그러면 5차 LC 필터를 이용한 FIL-3102의 고주파 노이즈 감쇄 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까. 다행히 제작사에서 공개한 주파수 특성 그래프(위 사진)가 있다. 왼쪽이 FIL-3101, 오른쪽이 FIL-3102다. 자세히 살펴보면, 3102가 3101에 비해 200kHz 이상에서 감쇄량이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호기' 기판의 그라운드 임피던스(ground impedance)를 크게 낮춰 고주파 노이즈가 보다 잘 빨려들어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1MHz 레벨은 측정불가 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눈길을 끈다.

 

                                                                      

필터 투입 전(왼쪽), 필터 투입 후(오른쪽) 노이즈 파형

위 측정 그래프는 헤드폰 유저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하다. 헤드폰과 뮤직 플레이어(헤드폰 앰프) 사이에 FIL-3102를 투입하기 전(왼쪽)과 투입한 후(오른쪽)를 비교한 것인데 누가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더욱이 이는 플레이어를 포즈(pause) 상태로 놨을 때의 무음 상태다. FIL-3012가 되면서 3.5mm 입출력 잭을 마련한 것은 이처럼 고주파 노이즈가 귀에 바싹 대고 듣는 헤드폰에서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필터 투입 전(왼쪽)과 필터 투입 후(오른쪽)의 노이즈 혼입 신호 변화

더 놀라운 것은 음악신호가 흐를 때의 고주파 필터링 효과. 바로 위 사진이다. FIL-3102를 투입하기 전에는 음악신호보다 노이즈가 더 크지만, 투입한 후에는 음악신호만 측정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50kHz 이상의 주파수를 싹둑 잘라버리면 나의 소중한 음악신호 정보도 손실되는 것이 아닐까. 맞다. 원 신호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 배음(harmonics) 주파수는 50kHz를 훨씬 밑돈다. 소위 배음 영역이라 불리는 브릴리언스(brilliance) 고역대도 6kHz~20kHz에 그친다. 다음은 필자가 평소 찾아놓았던 주요 악기들과 목소리의 기음(fundamental frequency)과 배음 주파수다.

파이프오르간 : 16Hz~7.040kHz

피아노 : 28Hz~4.196kHz, 배음은 8kHz까지

더블베이스 : 41Hz~330Hz, 배음은 5kHz까지

튜바 : 41Hz~349Hz, 배음은 2kHz까지

첼로 : 65Hz~998Hz, 배음은 6.5kHz까지

팀파니 : 73Hz~262Hz, 배음은 3kHz까지

어쿠스틱 기타 : 82Hz~1.397kHz, 배음은 5kHz까지

트롬본 : 82Hz~349Hz, 배음은 7.5kHz까지

바리톤 : 87Hz~349Hz

비올라 : 131Hz~1.175kHz, 배음은 6.5kHz까지

테너 : 131Hz~523Hz

알토 색소폰 : 147Hz~880Hz

트럼펫 : 165Hz~988Hz

클라리넷 : 165Hz~1.568kHz

바이올린 : 196Hz~3.136kHz, 배음은 10kHz까지

메조 소프라노 : 220Hz~888Hz

플루트 : 261Hz~1.976kHz, 배음은 8kHz까지

소프라노 : 261Hz~1.047kHz

피콜로 : 523Hz~3.951kHz, 배음은 14kHz까지

테스트 1. RCA 인터테이블

먼저 FIL-3102에 RCA 인터케이블을 꽂아 테스트를 해봤다. 시청 시스템은 솜(SOtM)의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sMS-200 Ultra, 마이텍의 Manhattan II DAC, 쉬트오디오의 Vidar 파워앰프, 스캔소닉의 MB-1 스피커. FIL-3102 입력단자에는 DAC에서 나온 블랙캣 인터케이블, 출력단자에는 파워앰프로 들어가는 체르노프 인터케이블을 꽂았다. 상판에 그려진 큰 화살표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케이블 앞뒤 좌우 잘못 꽂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 필자 입장에서는 실제 세팅 때 큰 도움이 됐다.

Carlos Kleiber, Bayerisches Staatsorchester 'Act 1. Introduction'(Verdi La Traviata)

먼저 FIL-3102를 투입해 DAC 볼륨을 65로 해놓고 들었다. 평소보다 노이즈가 많이 증발된 정갈한 음이 나온다. 무대는 넓고 그 위에 등장한 오페라 배우들의 키는 크다. 위아래 앞뒤 길이가 잘 느껴지는 것이 3D 조형물을 보는 것 같다. 테너와 소프라노 독주에서는 이들이 앞으로 나오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확연하다. FIL-3012 투입 후 가장 큰 변화는 이렇게 공간감이 늘어나고 음들이 저마다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FIL-3102를 빼버리니 확실히 소리가 커진다. 46으로 줄여야 좀 전과 비슷한 음량이 확보됐다. 다시 이 상태에서 들어보니 무대는 올라가고 사람 키는 작아졌다. 음의 윤곽선이 흐릿해진 점도 특징. 강단과 농도가 약해지고 묽어졌다. 노이즈 플로어가 무척 올라간 것이다. 음들이 어딘가에 계속 파묻힌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스피커의 존재마저 거슬리기 시작했다.

다시 FIL-3102를 투입했다. 음이 선명하고 부드러워졌으며 매끈해졌다. 무대는 예상대로 다시 많이 내려갔다. 직소 퍼즐에 비유하면 500피스에서 1000피스로 바꾼 느낌? 그만큼 음의 정밀도가 높아졌다. DSD128 정도 되는 고운 음이 된 것도 눈에 띈다. 해상력 분해능 모든 게 좋아졌다. 누가 들어도 큰 차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Patricia Barber 'Regular Pleasure'(Verse)

FIL-3102를 투입하면 그야말로 형체가 뚜렷한 음들이 펄펄 살아있다. 드럼의 순간 임팩트도 세다. 배경이 워낙 조용하다보니 악기들이 저마다 잘 들린다. 파트리샤 바버가 노래할 때면 그녀의 숨결이 바로 필자 앞에서 훅 들어오는 것 같고, 트럼펫은 연주자가 숨을 불어넣어 음을 내는 모습이 잘 관찰된다. 정위감도 대단한데, 드럼의 경우 밑의 베이스 드럼, 중간의 스네어 드럼, 맨 위의 심벌즈까지 키 차이가 잘 구분된다.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색번짐이 없는 음과 무대다.

이 곡은 FIL-3102를 뺐을 때도 볼륨을 57로만 줄여도 비슷한 음량이 확보됐다. 어쨌든, FIL-3102 있고 없고의 차이가 1호기 때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마치 형광등 조도가 낮아진 것처럼 음에 그늘이 생기더니 음들이 전체적으로 불분명하게 들린다. 좀 전의 그 생생하고 정신이 번쩍 났던 음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나 싶다. 활기, 포커싱, 입체감 모두를 잃어버렸다. 베이스가 음끝이 무뎌지고 잘 멈춰서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시 구원투수 등장. 처음 등장한 드럼의 기세와 밀도감, 다이내믹스가 다르다. 타격이 순간적으로 예각으로 파고든다. 해상력이 거의 곱절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인상. '이게 뭔 일이래?' 이런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테스트를 그만 하고 다른 곡들을 마구 들어보고 싶을 정도다. 이처럼 잠시 방심하는 순간, 훅 부풀어오르는 어쿠스틱 기타의 저음! 크게 감탄했다.

테스트 2. 헤드폰

헤드폰 연결은 '1호기'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능이라, 무척 설레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헤드폰은 필자가 1년째 쓰고 있는 오디지의 평판형 LCD-2 Classic. 처음에는 오디오퀘스트의 1m짜리 AUX 케이블을 써봤지만, 길이가 10cm가 채 안되는 거의 막선급 AUX 케이블이 더 결과가 좋았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Jacintha 'Moon River'(Autumn Leaves)

먼저 맨하탄 II DAC 헤드폰 잭에 오디지 헤드폰을 직결해 들어봤다. 볼륨은 평소대로 듣던 47. 길게 오래 가는 잔향,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들숨, 머리 속으로 파고든 그랜드 피아노의 위용. 더 이상 나아질 수 있을까 싶다. FIL-3102를 투입해 들어봤다. 세상에, 정말 이렇게 배경이 조용해질 수가 있나, 몇번이나 FIL-3102를 쳐다봤다. 거의 난생 처음 느껴보는 SN비라고 할 만하다. 이러니 야신타의 보컬이 더욱 정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는 직결 때보다 더욱 살갑게 멀티트랙의 그녀가 양 사이드에서 출몰했다. 손장단도 더 잘 들리는데, 이는 누가 들어도 구분할 만한 차이다.

Arne Domnerus 'Limehouse Blues'(Jazz at the Pawnhouse)

직결로 들은 후 FIL-3102를 투입, 볼륨을 75로 높여 들어봤다. 맞다. 직결 때보다 더욱 열린 소리, 탁 트인 무대를 들려준다. 각 악기들이 필자의 뇌수에 더욱 가깝게 다가와 톡톡 건드리기를 반복한다. 대단한 실체감이다. 무엇보다 귀가 편안한 느낌이 새로운데, 이는 고주파 노이즈 감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무농약 재배 채소나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만난 듯하다. 'FIL-3102와 헤드폰' 조합은 지금 당장이라도 필자 시스템에 투입하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RCA 연결 때보다 볼륨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는 만큼 헤드폰 앰프 출력이 받쳐줘야 할 것이다. 이 점 꼭 참조하시기 바란다.

테스트 3. 구글 크롬캐스트

예전 바쿤 쿠마모토 인티앰프를 쓸 때에는 전면 패널에 옥스 단자가 있어서 무척 편했다. 구글 크롬캐스트를 꽂으면 필자의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코부즈(Qobuz) 앱으로 음악을 다이렉트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롬캐스트의 내장 DAC을 활용하는 만큼, 음질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편리함이 좋았다. 룬 코어를 킬 필요도, DAC에 전원을 넣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FIL-3102의 옥스 입출력 단자에 크롬캐스트를 다시 꽂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필자의 현 오디오 시스템에는 옥스 단자를 갖춘 기기가 없다! 그러다 찾은 것이 이른 새벽, 원고 작업을 하며 FM을 듣는 티볼리 오디오의 Model One 라디오다. 후면에 3.5mm AUX 입력단자가 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테스트에 들어갔다.

Dave Brubeck Quartet 'Take Five'(Time Out)

먼저 구글 크롬캐스트 + FIL-3102 조합으로 들어보면, 나름 결이 곱고 분해능이 괜찮은 소리가 나온다. 크롬캐스트 와이파이 리시버와 DAC이 꽤 선전한다는 인상. 모노 스피커에서 들리는 'Take Five'도 들을 만하다. 물론 드럼과 피아노의 좌우 폭은 바싹 좁혀졌지만. 하지만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는 뒤늦게서야 알았다.

FIL-3102를 빼버리자, 노이즈가 라면 냄비에 물 끓듯이 자글자글 끓는다. 적막감이 졸지에 사라졌고 음은 단번에 지저분해졌다. 억세고 거칠어지기까지 했다. 무대의 앞뒤 레이어가 얇아진 점도 특징. 50kHz 이상의 고주파 노이즈가 이 정도로 거의 모든 음악정보에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의심이 들 정도로 그 차이가 크다. 무선 와이파이로 스트리밍 음원을 잡아내는 크롬캐스트에서는 FIL-3102가 더욱 직효인 것 같다. 드럼의 타격감과 임팩트도 약해졌다.

다시 FIL-3102를 투입하니, 확실히 배경이 조용해지고 색소폰이 마침내 말쑥하게 들린다. 또렷하고 선명하다. 사실, 이러면 충분하다.

끝으로 FIL-3102 있고 없고의 차이 비교를 위해 영상을 직접 녹음해봤다. 음원은 저작권 프리 유료 사이트인 에피데믹 사이트(Epidemic Sound)에서 2곡을 골랐다. 스마트폰(갤럭시 S10) 녹음이라 영상으로 구분은 힘들 수 있지만, 필자가 들었을 때는 이 에피데믹 사운드 음원도 차이가 크게 났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총평

그냥 연결해놓고 지나쳤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바쿤 고주파 필터를 재발견한 시청이었다. 새로 나온 '2호기' FIL-3102는 체감상 '1호기'보다 그 고조파 노이즈 세정효과가 더욱 높아진 것 같다. 정밀하게 두 기기를 AB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1호기는 출력 케이블이 붙박이라는 변수가 있어 생략했다. 어쨌든 1호기는 필자 시스템에 계속 있을 것이다.

FIL-3102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1. 헤드폰 헤비 유저. 헤드폰의 진동판이 사라진 듯한 적막감과 그로 인한 쾌감, 그리고 한껏 정갈해진 음과 투명해진 무대를 만끽하실 것이다. 2. 디지털 클럭이나 SMPS 전원부, 네트워크 기기를 쓰시는 거치형 오디오 애호가. 고주파 노이즈(EMI, RFI)가 이 정도로 음질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실 것이다. 맞다. 스마트폰 전원은 비행기 탈 때만 끄는 게 아니다. 3. 오디오 기기에 옥스 단자가 있는 경우. 입력단자라면 구글 크롬캐스트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고, 출력단자라면 Y케이블을 이용해 FIL-3102 RCA 입출력 단자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편    http://blog.naver.com/kimkwmy/22190208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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